한때 노재팬운동이 한창일 때 무인양품 대체품이 있는지 찾고 사용했었지만,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난 무인양품에 대한 충성도 따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일본 제품이라 옷이나 가구는 내 신체 사이즈와 너무 달라서 아예 구경도 하지 않는다.
주로 생활용품을 쓴다.
그릇을 포함한 주방용품, 욕실, 청소, 가전제품 일부분은 거의 무인양품에 의존하며 살았던 것 같다.
무인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하지 않은 디자인, 최소화한 포장, 그에 걸맞는 제품가격이다.
과한 스티커가 붙어 있지도 않다. 이름 그대로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이다.

제품 디자이너의 생활철학이 담겨 있어서 좋아하지만, 정작 무인양품 매장에 가면 그 기준이 사라질 때가 많다.
뭔가 제품과 판매장의 삐딱한 불균형을 느낀다.
키친타올은 최소로 쓰려고 하지만 기름 닦는 종이를 신문지로 쓰려해도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키친타올을 사서 쓴다.
합정동 메세나폴리스에 있는 무인양품에 가서 키친타올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저희 매장에 키친타올은 없습니다"
분명 여기서 사서 썼는데 내 착각인가? 라고 생각하며 이것 저것 보는데 눈에 보였다.
나에게 그렇게 안내한 직원이 옆에 있길래 집어 들면서 여기 있다고 말하자 직원이 말한다.
"아. 키친페이퍼요?"
좀 기가 막혔다. 키친페이퍼라는 무인양품의 정확한 명칭을 말하지 않으면 물건을 찾을 수 없다면 사람직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악연인지 "키친페이퍼"와는 사연이 또 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지하 1층 매장에서 집에 가는 길에 키친타올을 사러 들어가서 정확히 뽑아쓰는 키친페이퍼를 찾는다고 직원에게 물었다. 무인양품에서는 두루마리와 뽑아쓰는 키친타올을 생산하는데, 질이 다르다. 나는 기름 닦아내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뽑아쓰는 제품의 질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에 꼭 그걸 사서 쓴다.
신도림 매장에는 두루마리 밖에 없어서 직원에게 물은 것이다. 그러자 직원이 답했다.
"무인양품에 뽑아쓰는 건 원래 없어요"
또 기가 막혔다. 이 매장에 없다고 무인양품에 원래 없다고 말하다니.
뭐라 말하기 귀찮아서 그냥 나왔다. 직원의 태도도 너무 퉁명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전 종각역과 연결된 영품문고 지하에 있는 무인양품에 갔다.
집들이 선물로 시계를 사주기로 했기 때문에 전부터 내가 쓰던 벽걸이 시계를 사려했다.
소음없고, 가볍고, 있는 듯 없는 듯 한 디자인이 꽤 좋다.
아무튼. 고를 것도 없이 그 시계를 들고 계산대로 갔다.
전자제품은 키오스크계산이 아니라 매장직원을 만나서 보증서를 받는다.
계산대에서 조금 기다리니 직원이 왔다.
보증서를 써주면서 시계를 박스에서 열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제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주세요"
시계를 꺼내서 손상된 곳이 있는 지 살펴본 후 작동하는지 확인부탁한다고 말했다.
시계의 본질은 시간을 표시해야 한다. 제품이상을 확인하는 것은 겉에 스크래치가 아니라 시계의 기계적 작동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상식상 건전지를 꺼내서 작동을 확인해 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직원은 건전지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난 또 상식적으로 물었다. 그럼 가져가서 시계가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러자 직원이 친절하게 답했다.
"네. 그럴경우 다시 매장으로 가져오시면 됩니다. 호호"
이건 키친타올 처럼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서 그 직원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말했고 건전지를 가져다 주어서 시계가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말하지 않으면 시계는 모양만 보고 사야하는 무인양품이라니.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좋아하지만 운영이나 직원들의 제품을 대하는 태도는 그 철학과 정반대에 서있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불편을 안겨주거나, 매장직원이 제품에 대한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무인양품을 좋아하지만 점점 멀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